근 몇년간 수원이 가장 잘했던 시기는 응원이 금지되던 시기였다(팬들의 응원은 공짜가 아니다)
반토막난 스쿼드로 아시아 무대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했던 팀.
팬들은 그들을 위해 목청껏 소리지르고 싶었고, 그저 평범한 리액션만 했음에도 육성응원을 자제하라는 안내 방송에 짜증도 났었다.
그렇게 소리높은 응원은 전혀 받지 못하던 팀은 우승 경쟁을 할 것처럼 잘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고꾸라졌지만 상위 그룹 진출에 성공했다.
그 기간 내내 구단은 '당연한 것들' 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경기 전에 전광판에 상영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aHAPWu7Ns
서포터즈의 응원, 어깨동무, 포옹, 악수 등 당연했던 것들이 알고보니 매우 소중했던 것들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금지되던 것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우리는 승강플레이오프라는 역대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았다.
그러면서도 팬들은 한번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유니폼 판매량은 여전히 최상위였고 마스코트는 반장 3선에도 성공했다.
강등권을 전전하면서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응원이 주를 이루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살아남았다.
강등될 뻔한 팀을 끝까지 응원했던 우리는 다시는 이런 시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구단은 이 위기를 겪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변화는 커녕 우리의 소년가장을 유럽으로 이적시키면서도 FA 선수와 군 전역 선수에 기대며 그에 상응하는 보강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팀은 작년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쩌면 작년보다 더 심한 치욕을 맛볼지 모른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은 나머지, 팬들에게서 다른 때보다 많은 야유가 나왔고, 계속되던 응원이 딱 한번 멈춰졌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팀은 그걸 두고 "팬들의 야유와 응원 보이콧이 선수단에게 좋지 않다. 선수단이 뛰는데 응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응원을 받지 않고도, 응원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안다고 스스로 말하며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던 그 팀은 2년 전 본인들의 말과 행동을 잊어버렸다.
응원하는 팬, 야유를 보낸 팬 둘 다 팀을 사랑해서 시간과 돈을 들여 경기장을 찾았음에도 이를 두고 팬끼리 다투고 있는 상황에 팀은 응원만을 바란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성적을 그때와 똑같이 내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들이 지금 얼마나 큰 응원을 받고 있는지 자각이라도 하길 바란다.
팬들의 응원은 공짜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주말에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욕을 해도 가서하고, 승리라는 달콤함을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다.
구단 관계자 및 감독 코치진, 선수단 여러분
이 글을 보고있다면 저 영상 다시보고 제발 느끼고 각성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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