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빅버드의 비센테 나바로'가 되고 싶었던 수원 창단 팬, 하늘의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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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엘살바도르전이 열렸던 지난 20일, 또 다른 수원의 팬이 떠났다. 1995년 창단해 1996년 K리그에 참가한 수원의 영광과 부침을 모두 봤던 그랑블루 내 소모임 '로얄블루'의 전 회장이었던 고(故) 이상열 씨의 발인일이었다.
1990년대 하이텔, 나우누리, 넷츠고 등 PC통신 시절부터 축구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이 씨는 그랑블루 내 소모임 '로얄블루'의 모체가 됐다. 생업이었던 설계 일을 하면서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를 기억하는 수원 팬 이인철 씨는 "그랑블루 내에 소모임이 정말 많았다. 그 안에 녹으려 정말 애썼다. 그랑블루 운영진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참아가며 활동했다"라고 전했다.
그랑블루는 응원전의 1등이었다. 카드섹션이나 엄청난 괴성 "우리의 수원~ 블루윙 알레~"로 시작되는 응원은 전율 그 자체였다. 가장 많이 비교하는 일본 J리그의 우라와 레즈와 비교해 꿀릴 것 하나 없었다. 그러나 일부 유럽의 울트라 문화에 젖은 강성 소모임이 팬심을 그르치기도 했고 "이런 문화를 지양해야 하고 프런트와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라며 그랑블루 소모임 회의 등에서 목소리를 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자신을 원년 팬이면서 타 소모임에서 활동하고 경기장에서 구단 직원들에게 "합리적인 팬 정책 집행을 하라"며 소리치고 입씨름을 많이 했다고 소개한 김 모씨는 "다른 구단 팬들도 그렇고 수원 팬 중에 사연 없는 팬 없지만, 이 씨는 팬들의 자세에 대해 명확했던 분으로 기억한다. 원정 경기에서도 많이 봤다. 스포츠카를 몰고 오던 모습도 기억난다. 최근 경기장에서 골수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세상을 떠났다니 애통하다"라며 추모했다.
5년여를 투병했던 이 씨는 병원 입원 치료도 경기장 인근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받기도 했다. 나름의 팬심이라며 야간 경기 조명이 반사되어 희미하게 보이면 그것으로도 좋아했단다. 수원이 이기면 담담하게 기뻐했고 패하면 안타깝게 웃었다.
고인과의 마지막 연락은 이번달 초 기자의 생일이었다. "장가 좀 가시라"며 희미한 목소리로 아픔을 표현하던 이 씨는 "수원이 2부리그로 떨어져도 팬으로 남아야지요. 뭐, 팬은 그런 것입니다. 진짜 2부리그 강등되면 너무 아프겠지만"이라며 꼴찌 수원에 대해 담담하게 표현했다.
고인은 수원을 좋아했고 우주도 좋아해 고가의 망원경을 들고 거주지였던 화성 향남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종 별을 보여주는 아마추어 관측회를 열기도 했다. 이제 그는 팬들과 주민들 곁에 없고 아내와 딸만 남겨 두고 세상과 이별했다. 하늘에서 수원 삼성이 '수원 사성'에서 '수원 오성'이 되는 그날까지 별로 빛나 내려 볼 뿐이다. 24일 빅버드에서 열리는 FC서울과의 '슈퍼매치'를 하늘에서 보는 그는 어떤 감정일까.
어쩌면 현재 수원의 위기는 오랜 정성 깊은 팬들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그저 바로 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임기응변식'에 젖어 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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