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R 수원vs포항]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준 병수볼 / 이기제 인버티드 풀백으로 정돈되어가는 수원의 빌드업 전형
이날 경기는 분명 수원에게 아쉬운 경기였을 것입니다.
수적 우세와 선제골이라는 메리트를 가지고도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분명 좋은 결과라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경기 결과 외에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이 날 퇴장 변수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최하위 수원과 2위 포항이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수원은 이 경기 전까지 포항전 3연패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3번의 경기에서 수원은 항상 명확하게 한 수 아래의 실력을 보이며 포항에게 압도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수원은 박건하 감독 시절에 그랬듯이 다시 포항에게 실력적으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김병수 감독이 부임 이후 처음으로 수비 전술에 큰 변화를 줬기 때문입니다.
1. 수비 전술 변화
이날 수원의 수비 전술은 기존과 달랐습니다. 343(541) 포메이션을 기본 베이스로 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압박 높이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직전 경기인 대전전 수비 전술>
기존 경기들에서 수원은 수비시 양쪽 윙어들의 위치가 낮은 541 형태의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수원은 위와 같이 5백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가 좌우로 전환할 때 사이드를 막기 위해 윙어들이 수비하러 내려오는 형태의 수비 전술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윙어들이 양쪽 사이드로 묶이다 보니 상대의 전환 플레이에 의해 수원의 중원 간격이 벌어졌을 때 중앙 지역에서 상대를 막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커버하려는 미드필더들의 체력 소모가 심할 뿐더러, 수비 라인이 볼을 가진 상대 선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안좋은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습니다.
상대는 항상 중원의 수적 우세 속에 볼을 편안하게 점유하면서 언제든지 수원 수비의 사이공간이나 5백의 뒷공간을 향해 양질의 패스를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수비적인 수비 전술로 인해 5백 라인은 적게 뛰고, 미드필더들은 끊임없이 상대에게 휘둘리면서 팀 전체가 상대에게 계속해서 주도권을 내준 채 경기하던 것이 기존 수원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빌드업의 문제점과 합쳐져 수원이 매 경기 주도하는 경기를 하지 못하고 빈공에 시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포항전 김병수 감독은 드디어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줬습니다.
이날 수원은 상황에 따라 윙백을 높이 올려 압박에 참여시켰습니다.
541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수동적으로 수비에 임했던 지난 경기들과 달리 이날 수원은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미리 설정한 구역에 포항을 몰아넣어 강하게 압박해 볼을 되찾아오는 수비법을 구사했습니다.
높이 전진한 윙백이 상대의 사이드를 막아주면서 3톱의 좌우 포워드들은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거나, 상대의 후방 라인에 적극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대전전, 전방 압박에의 의지가 있더라도 전방 3톱과 고승범 1명, 총 4명의 선수만이 어설픈 전방 압박을 시도하다가 상대의 숫자에 밀려 쉽게 탈압박 당했던 것과 다르게 이날 수원 선수들은 전방 압박시 수적으로도 충분했고, 동료와의 수비 간격과 압박 타이밍, 마크 상대를 체크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돼있었습니다.
이런 전방 압박 수준 향상에 힘입어 이날 수원은 포항의 롱볼 및 실수를 유발하고 중원에서부터의 숏카운터 찬스도 수차례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 것이 바로 이날 "리그 최하위" 수원이 리그 2위 포항과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2. 빌드업 전형의 최적화
지난 경기들에서는 수원의 빌드업 전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수원이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팀이 3백을 씀에도 윙백들의 전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후방에 머무르는 선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전방에는 선수가 부족했으며, 터치라인과 하프스페이스 등을 각각 점유하는 선수들의 동선이 잘 정리되지 않았었습니다.
왼쪽 라인의 경우 이기제의 위치가 애매했고, 왼쪽 전방 터치라인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들이 자주 보이곤 했습니다.
또, 간혹 이기제가 전진해 터치라인을 점유하더라도 플레이 스타일상 왼발 킥 외에 드리블 돌파와 같은 옵션을 가져가기 힘들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이기제의 역할이 불분명해지면서 수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 이기제의 공격력이 묻히게 되었고 이 것이 빈공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또 한가지 눈에 띈 점은 이기제의 동선이 정리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날 수원은 어느정도 상대 진영까지 전진이 이루어졌을 때 좌측 터치라인은 아코스티에게 맡기되, 이기제에게는 인버티드 풀백과 같은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이기제는 지공시 중원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고승범, 카즈키 두 볼란치를 지원하였고, 거기에 김보경이나 아코스티가 간헐적으로 내려오면서 중원에서 최대 4인의 숫자를 확보시켜줌으로써 이날 수원의 지공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줬습니다.
또한 기존에 수원은 한석종의 폼이 떨어져있거나 그가 부재할 때 중원에 긴 좌우 전환 패스를 뿌려줄 미드필더가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인버티드 풀백으로 기능한 이기제는 왼발킥을 활용한 전환 패스로 이러한 기존 수원의 문제점까지 어느정도 해소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신체능력이 수비 상황에서 리스크가 되고, 드리블 돌파 옵션 부재로 터치라인 플레이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이기제에게 터치라인 위아래를 계속해서 오가는 클래식한 사이드백의 역할보다는 이렇게 공격 지원 동선을 줄여 체력을 아끼고 중원 및 하프스페이스에서 킥을 활용시킬 수 있는 인버티드 풀백의 역할이 더욱 걸맞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이날 우측 센터백으로 출전한 한호강의 동선과 볼플레잉도 눈에 띄었는데
위와 같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환될 때 한호강이 전진하여 중원의 숫자를 채워주면서 전체적으로 4백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는 부분 전술 역시 이날 좋았던 점 중 하나입니다.
지공시 이렇게 순간적으로 4백 시스템처럼 변형되는 형태는 기존에도 볼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만, 이날 한호강이 전진하는 타이밍과 볼을 잡았을 때의 플레이의 안정감이 기존에 이 역할을 해오던 장호익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매끄러웠다는 생각입니다.
위와 같이 한호강이 전진함으로써 우측에서 숫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발밑이 좋은 한호강은 안정적인 볼 키핑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정확히 찔러넣는 양질의 패스도 간간히 보여주는 좋은 플레이를 했습니다.
이렇게 공,수 양면에서 상당히 좋아졌음에도 수원은 체력적인 문제, 그리고 뮬리치의 수비 가담 문제로 인해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같은 경기력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김병수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처럼 아코스티의 부상도 아쉬웠고 뮬리치의 체력 문제도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희망을 강하게 느낀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의 개인 기술, 체력적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팀이 나아가는 방향이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올바른 궤도에 들어섰기때문입니다.
댓글 16
댓글 쓰기근데 포항전 보고나니 그간의 불신이 한번에 해소되더군요
다음 경기에도 포항전같은 수비컨셉으로 이어가면 믿음이 더 굳어지겠죠
근데 포항전 보고나니 그간의 불신이 한번에 해소되더군요
다음 경기에도 포항전같은 수비컨셉으로 이어가면 믿음이 더 굳어지겠죠
지연스럽게 변화를 가져가고 있는데
감독님 머리 터지실듯
하나 물어보고싶은게 있는게
이병근도 그렇고 김병수도 그렇고
이기제를 박건하때나 지난시즌과 다르게
위치를 올리지 않고 밑에서 플레이하거나
인버티드로 쓰는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론 이기제의 장점이 높은 위치에서 사이드로 벌렸을때 나온 공간에서의 크로스가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올시즌은 그런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아래에서 플레이하는게 이 선수의 장점을 죽이는게 아닌가 싶은데ㅠ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공격전개를 할 때 이기제가 가운데 들어가서 얻는 부분은 확실해. 우리는 사실상 2 중미인데다 후방 빌드업이 굉장히 취약한 편이어서 기제가 도와주면 그 부분은 살고, 또 이기제가 너무 과감하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왼쪽 공간이 어느정도 보호가 되거든. 근데 그럼으로 인해 엔드라인 크로스가 크게 줄어 이기제 발 찬스가 크게 줄은건 스탯 안봐도 딱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사실 나도 이기제 오버래핑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이기제를 어떻게든 윙백으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긴 한데... 이것이 참 기브앤 테이크가 확실해서 딜레마임. 카즈키가 정말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진짜 해결방법은 제대로 된 3선 자원으로 4백 시스템을 공고히 만드는게 제일 좋은 해결방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