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주장' 이기제가 말하는 '김병수 감독의 마음공부'

수원 삼성은 2023년, 구단 사상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냈다. 수원은 2023시즌 K리그1 10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22년 4월 18일 선임된 이병근 감독은 정확히 1년 뒤인 2023년 4월 17일 팀을 떠났다. 수원은 이 감독 체제에서 강등 플레이오프를 경험했고, 올 시즌엔 7라운드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수원은 최성용 수석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경기에 나섰다. 최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후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주장' 이기제의 프리킥으로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12라운드부터는 김병수 감독이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다. 수원은 김 감독 선임 후 12라운드부터 19라운드까지 8경기에서 1승 1무 6패를 거두며 '감독 교체'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반전이 시작됐다. 수원은 20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 최근 5경기에서 2승 3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23라운드에선 압도적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를 3-1로 잡았다. 24라운드 강원 FC 원정에서도 2-1 승리를 거둔 수원은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수원.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스포츠춘추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팀 K리그'에 선발된 수원의 '주장' 이기제를 만났다.

Q.최근 수원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5경기 무패로 순위도 12위에서 11위로 끌어올렸습니다.

A.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도 더 강해졌어요.

Q.수원의 상승세, 비결이 있습니까.

A.훈련했던 내용이 경기장에서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죠.

Q.언급한 어린 선수, 김주찬과 이상민이 최근 활약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훈련 태도는 어떻습니까.

A.두 선수는 가진 것이 많습니다. 빠르면서 드리블 능력도 좋은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가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어요.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와 같은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죠. 전체적으로 시야가 좁고 '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렸어요.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죠.

Q.'주장'으로서 지켜본 두 선수, 어떻게 단점을 극복했습니까.

A.워낙 능력 있는 선수들이라 출전 시간을 늘려나간다면 프로 무대에 적응해 나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선배들이 '개인적인 성향'을 줄인다면 좋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어요. 두 선수 모두 조언을 받아들인 것 같아 기쁩니다.

Q.많은 수원 팬이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김주찬의 해외 진출을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A.어린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린 선수들이 너무 급하게 유럽 무대로 떠나는 것 같아요. 무조건 K리그에 남으란 얘긴 아닙니다. 유럽 무대는 절대 쉽지 않아요.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리그에서 보여준 '짧은 시간 활약'이 유럽 무대 성공을 보증하진 않죠.

Q.다음 26라운드, 수원 FC와의 '수원 더비'가 예정돼 있습니다.

A.시즌 첫 만남에선 1-2로 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원 선수단은 2연승을 했다고 만족하지 않아요. 오히려 3연승, 4연승을 생각하고 있죠. 최근 상승세를 꼭 이어갈 것입니다.

Q.여름 이적 시장에서 합류한 미드필더 코즈카 카즈키가 중원에서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A.그동안 수원엔 없는 유형의 선수가 합류했습니다. 카즈키가 미드필더에서 공을 잡고 경기를 잘 풀어주고 있어요. 카즈기가 중원에서 강하게 버텨주고 있어 측면 공격이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Q.14라운드 울산 현대전을 마친 고승범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고승범은 김병수 감독 선임 후 '마음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마음공부'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심리적 안정'입니다. 저희가 시즌 초반 승리가 없다 보니 후반 15분, 25분, 30분을 지나면서 불안감이 찾아왔어요. 경기를 잘하고 있는데 '실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김 감독은 부진의 원인을 이런 심리적 문제라고 파악한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을 주로 했죠.

Q.'마음공부'의 핵심이 있습니까.

A.'긍정'입니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어려울 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수렁에 빠질 수 있어요.

Q.고승범의 '마음공부' 발언 이후 일부 팬들은 '병수교'가 실존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A.종교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웃음). 선수단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방법의 하나에요. 팬분들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올 시즌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습니까.

A.팀이 하루빨리 강등권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선 부상을 당하면 안되겠죠. 부상 없이 팀을 안정권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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