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이 우리 팀을, 우리 팬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끼는 사소한 순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태환이가 후반에 더 못뛸 상태여서 교체아웃 될 때면
뛰는 위치가 위치다 보니 의무팀이 E석 사이드 라인 쪽에서 오늘은 더 안된다는 판정을 내리고,
본부석 속에서 교체선수가 들어오고 태환이는 E석 라인에서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
그러면 N석을 지나서 본부석 벤치 쪽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태환이 걸어가는 모습 본 사람들, 아마 나 말고도 많을 거야.
경기를 못 뛰고 나가야 할 정도의 컨디션이니 다리를 질질 끌면서 들어오는데도,
2미터에 한번씩, 3미터에 한번씩 수없이 관중석을 보고 인사를 해.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모든 팬에게 다 답례하는 거 같아.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내내 박수치고, 눈은 팬들한테 계속 맞추고. 고개는 꾸벅꾸벅 숙이고.
근 20년간 수원서 수많은 선수들 봤지만, 교체되고 관중석 앞을 지나면서 그렇게까지 자주, 많이 인사하는 선수는 태환이가 처음이었어.
한번도 아니고 매번 그러더라.
골을 넣어서 팀을 구해주는 공격수들은 인터뷰할 기회도 많고, 내가 이 팀을 이렇게 사랑하노라 크게 말하는 소리가 우리 귀에도 잘 들리지만
태환이처럼 늘 묵묵하게 뛰어주는 수비수들은 주목을 받을 기회 자체가 적고,
태환이 본인도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는 타입의 선수는 아닌 거 같아.
하지만 2000년생, 이제 겨우 만 스물 셋을 넘긴 선수가 데뷔하고 5년간, 벌써 리그에서만 100경기를 넘게 뛰어주었어.
장기부상도 없이, 자기가 잘 뛰는 자리보다는 팀이 자기를 제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늘 묵묵하고 성실하게.
그래서 기대치가 커서 그렇다는 걸 알지만 김태환이 욕먹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었고,
그 성실과 헌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은 지금은 태환이를 위해 기쁘고.
오래오래, 빅버드 기둥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 팀에서만 보자 김태환.
댓글 14
댓글 쓰기제발 어린선수들 욕하지즘말자 ..
팀에 대한 애정, 경기에서 보이는 투혼과 진심만 따지면 김태환 이길 선수가 전혀 안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