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씨'를 응원하지 않는 한 트리콜로의 선언문
치밀어오르는 분노의 마음과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르겠는 원망에
흐르는 눈물을 꾹 참아 가슴에 묻어가며
N석에서 아무도 없는 텅 빈 필드를 바라보던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뛰었기에 당당해도 될 사람들과
단 한 번도 필드 위에서 죄를 짓지 않았지만 유니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려나온 콜업된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던
12월의 첫번째 주말로부터 어느새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였지만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던,
팀보다 위대했던 팬들이 그토록 붙잡고 읍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염기훈 감독과 함께 2024년의 새로운 시즌을 낯선 곳에서 시작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염기훈 감독'을 지지하지 않고 응원하지 않을겁니다.
강등이라는 그 결과를 받아든 날에도 당신이 놓지 않으려던 '지도자'라는 그 타이틀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합당한 자질을 이미 증명한 적이 있는 사람이 탐을 내더라도 이 중요한 시기의 팀을 맡기기가 쉽지 않은데
그 많던 후보들이 아닌, 이제부터 증명해보이겠다는 사람에게 팀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승격에 대하여 물었을 때, "거창하게 지금 뭐 하기는 저희는 그냥 오로지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고" 라는 말로 대신하는 그 정도의 능력과
결과로 증명해야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변화를 시킬 수 있다라는 그 자신감 하나"만을 이야기하는 그 정도의 태도와
"팬들도 이 팀을 사랑한 만큼 저도 이 팀 너무 좋아하고 이 팀을 쉽게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정도의 예의.
저는 그 정도로는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이 팀을 맡길 수가 없습니다.
“선수들과 소통으로 원팀을 만들고 수원의 강인한 정신을 선수들에게 일깨워주겠”다는 것이
작년 36라운드에서 고작 여섯 번의 패배만을 겪은 부산과
작년의 우리보다 20득점이 더 많았던 경남과
승격을 이루었던 감독과 함께하는 서울이랜드를 이길 감독의 방안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 말은 자신감이 아닌 오만함으로만 보여집니다.
염기훈씨에게 질문합니다.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하는데, 지금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걸려고 하나요?
당신이 내밀 것은 결국 당신의 것이 아닌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수원삼성블루윙즈의 2024년인데.
수원삼성블루윙즈의 팬으로서,
나는 보여준 것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하겠다고 양복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짓는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오만한 태도의 당신을 위해서 '우리 팀의 감독이니까 그래도 응원하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팬들을 버린 레전드를
내 동료들을 버린 염기훈씨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 5월에 처음으로 빅버드를 찾았기에 염기훈 선수의 플레이를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12월 2일에, 모두와 같이 큰 소리로 염기훈 응원가를 부르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동료 트리콜로들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두가 유니폼을 가지고 있던,
그를 향한 조롱을 대신 받아내며 끝까지 버티는 그 트리콜로의 레전드였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사람이,
"팬들과 다른 선택"을 한 본인의 선택이 "제일 우선"이었고,
"외부에서 누가 뭐라고 이게 아니라 항상 제 선택이 맞다고 생각을 했다"며
눈물로 호소하던 팬들을 외면하고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한 것도 모자라서
왜 그 선택을 지지해주지 않냐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토록 사랑해주었던 레전드에게 외면당했을 뿐만 아니라
드레스코드부터 이번 선택까지,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요구받기만 하는 팬들이
그저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안타까울 뿐이고
그들을 생각하면 염기훈씨를 '우리' 감독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저는 2월이 되면
영원한 승리의 푸른 날개가 낯선 곳의 하늘을 덮을 때에 청백적의 기를 높일 것이고
수원 그 두글자를 쉬지않는 가슴 속에 새기며 수원의 열두번째로서 언제나처럼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지켜낼 것이고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고 수원의 지지자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에, 정도를 걷지 않고 팬들을 내팽개친 오만한 염기훈씨의 몫은 없을 것입니다.
+)
이거 쓰겠다고 미디어데이 전문 다시 뒤지느라 두통이 도졌네요(...) 정리해주신 MTS님 감사합니다!
댓글 13
댓글 쓰기이제 감독으로서 평가 받아야 하는데 다른 감독들이 염기훈의 수원 만큼은 잡으려고 별 짓 다 할것 입니다.
이제 감독으로서 평가 받아야 하는데 다른 감독들이 염기훈의 수원 만큼은 잡으려고 별 짓 다 할것 입니다.
하 염기훈의 수원... 진짜 자판기 취급당할까 겁나네요...
감독놀이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본다 ㅋㅋ
감독도 하는 세상인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