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비대칭 3백 빌드업 체계를 들고나온 기훈볼
걱정과 기대가 공존했던 염기훈 감독의 축구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팀은 수비시에는 평범한 442 전형을 쓰면서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되, 공격시에는 최근 축구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좌우 풀백을 비대칭으로 운영하는 3백 빌드업 체계>를 사용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와 같은 형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좌풀백 최지묵은 깊이 오버래핑해 좌측 터치라인을 맡고, 우풀백 장호익은 센터백들과 함께 후방에 남아 3백 라인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종성-김상준 더블 볼란치가 중원에서 연결을 맡고 전진우와 박상혁이 좀 더 프리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습니다.
한편 우측 터치라인은 윙어 이상민이 맡았는데 오늘 좋았던 점 중 한가지는 양 측면의 최지묵과 이상민이 측면 깊숙히 올라가 확실하게 상대의 좌우 폭을 벌려줬다는 점입니다.
이는 어찌보면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의외로 빌드업 포메이션을 쓰면서도 정확하게 왜 쓰는지 선수들에게 인지시키지 않거나 빌드업시 좌우 폭에 대한 확보를 등한시하는 감독들도 많기때문에(클린스만이라던가...) 우리 코칭스탭이 이런 점을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지키도록 한 것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부분전술의 일환으로 박상혁을 우측 숫자싸움에 가담시키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격형 미드필더를 사이드로 빼 숫자싸움에 가담 시키면 상대 측면 수비에 대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상대 수비 마크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위에 표시한 것처럼 상대 사이드 미들에 대해 2:1 수적 우위를 만들며 한명의 프리맨이 자유롭게 빌드업을 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많이 쓰이는 이런 3백 빌드업 체계에서는 후방라인 좌우 선수들의 유연한 빌드업 가담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선수들로 하여금 위와 같이 상대 사이드 미드필더의 마크를 끌어와 공간과 수적 우위를 확보하도록 해야하고, 때로는 오버랩이나 언더랩을 통해 전방으로 깊숙히 침투시켜 공격에 가담하도록 해야 3백 빌드업 시스템 하의 공격이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골장면 직전 상황인데요, 이러한 3백 빌드업 구조의 이점이 잘 드러난 장면이라고 보여집니다.
계속해서 541 지역방어를 잘 지키던 아산이 한순간 참지 못하고 볼을 가진 우측 스토퍼 장호익에게 끌려나옵니다.
이에 아산의 지역방어로 인해 잘 열리지 않던 공간이 한순간 열리게 되고 그 공간으로 패스가 들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김상준의 패스가 세밀하지 않았고 상대 실수에 의해 골이 나오긴 했으나 어쨌든 우리의 전술로 만든 패스길로, 그리고 전진패스가 들어가야할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가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의 실수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코칭스탭진은 나름 괜찮은 빌드업 체계를 들고 새 시즌에 임했습니다.
물론 오늘 선수들이 물 흐르듯 상대 밀집수비를 공략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이런 빌드업 방식에서는 선수들 개개인이 좀 더 체계에 익숙해져야하며 자신감이 올라올 시간도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칭스탭이 지난 몇년간 우리 클럽과 국대의 몇몇 감독들처럼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을 방치하지 않았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앞에서 보았듯 좌우폭을 벌리도록하고, 숫자싸움 구조를 만들고 등등...
앞으로 이러한 빌드업 체계 하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탭진이 계속해서 디테일한 플레이를 개선해나가며 점점 발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빌드업 체계 외에 좋은 점수를 주고싶었던 부분은 압박 채널링의 퀄리티입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은 퇴장전까지는 전방에서 끊임없이 마크 대상을 인식하고, 상대의 패스길을 하나하나 삭제해가며 한쪽으로 모는 채널링 작업을 충실히 해줬습니다.
심지어 코칭스탭은 뮬리치조차 이런 채널링 작업에 적극 가담하도록 바꿔놓았습니다. 뮬리치가 상대의 볼란치를 잡다가 다시 중앙 센터백, 그 다음엔 다시 좌측 센터백으로 옮겨가며 상대를 한쪽으로 모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한 경기만으로 현 코칭스탭진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개막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입니다.
댓글 18
댓글 쓰기개인기나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가 없더라고요
그 한두명만 제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오늘 안나온 카즈키 퉁가라가 그 역할 해줄 수 있길
전진우 자리에 퉁가라가 중앙으로 들어올꺼고
최지묵 부상 대체로 박대원은 어렵고
이기제가 베스트인데 이기제도 부상이니
이상민이 대체하고
장호익 스토퍼는 계속 보겠네
병수볼은 아주 잠깐 압박이 괜찮았을때도 압박 지점이 많이 높진 않았고 적당한 선에서 라인을 치는 수비를 했는데 오늘 쓴 442 수비는 압박 지점이 그보다는 더 높고 선수들이 계속해서 마크 대상 인식하는 능력도 더 좋았다고 보여집니다
병수볼땐 후방빌드업조차 안되니 뭘할수가없더라
개인기나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가 없더라고요
그 한두명만 제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오늘 안나온 카즈키 퉁가라가 그 역할 해줄 수 있길
앞으로 최지묵 이기제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어떻게 버텨낼지
국내에서는 풀백 운영의 한계, 애초에 3백 쓰는 팀들이 많음 등등의 이유로 유럽에서만큼 자주 보이진 않지만 어쨌든 국내에서도 아예 안보이는건 또 아니긴 하고...
아무튼 병근이형처럼 그냥 442한다고 빌드업도 442 형태로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는거 ㅜ
일단거기서부터 합격점
병수볼땐 뭘하려는건진 알겠는데 압박에 허둥지둥
글 읽다보면서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3-2-4-1에서 우측 스토퍼인 장호익 대신에 손호준이 나오고 왼쪽에는 최지묵 대신 박대원이 나온다면, 반대로 오른쪽이 올라가고 왼쪽이 내려와서 스토퍼로 할 수 있을꺼 같음? 아님 우리팀 스쿼드 구성상 그건 좀 무리인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