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 좀 하자, 한두 경기 못할 때 비난하는 건 괜찮으면서
한두 경기 잘한 건 반짝이네, 또 속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선수 넘어 지지자 동료들더러 뭐라 하는 게 맞나?
한두 경기 잘했으면 잘했다고 인정하고, 성장세가 보이면 격려하는 한편 즐기는 게 낫지 않나?
좀만 생각해보면 간단하잖아. 고승범은 우리 팀에서 처음부터 잘했나? 욕받이 하다 이임생 밑에서 각성하기 시작해서 나중에 대체불가 자원까지 되고 엄청나게 사랑받다 떠났잖아.
이종성? 욕 먹는 날이 더 많았다는 걸 본인이 알아.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경기마다 크든작든 실수할 때는 있지만 없으면 아쉬운 순간 많았지. 욕받이로 오랜 세월 보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 없으면 안 되는 류구나" 하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지금 어느 산자락 보이는 곳에서 빡빡머리로 뛰고 있을 박대원이라고 크게 다른가? 어느 순간 "박대원 왜 전역 안 하냐" 소리 나오고 있으면 말 다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중반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을 거다.
못했을 때 잘못 따지고 잘했을 때 잘한 것 인정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왜 깎아내리지 못해서 안달인가? 내가 전진우에게 이상하게 짠내를 느끼는 건 맞지만 개인 팬 아니다. 심지어 유니폼 마킹도 안 했다. 그렇지만 기다려온 세월을 감안해도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싶다.
평이 갈릴 수는 있지만 내가 보기에 지난 두 경기의 전진우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여유가 생겼는지 침착해진 건지 달라진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자신감 갖고 경남 수비진 갖고 노는 면이 보였다. 활동 범위 넓게 가져가다 문전 마무리 침착하게 해서 포항전에서 희망 크게 갖게 만들었다. 지금 그 정도 해줄 수 있는 선수, 필요에 따라 1-2선 두루 볼 수 있는 선수, 얼마나 있나?
우리 변성환 감독, 저쪽 김기동 감독, 다 바보 아니다. 작년에 전진우 키우려고 "우리 진우" 찾던 김병수 감독, 다른 건 몰라도 젊은 선수 보는 눈은 확실히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전진우 살리겠다던 변성환 감독이 손 대고 몇 경기 만에 좋은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데, 그저 "내가 알던 진우는 까야 제 맛"인 건지 잘한 것조차 부정하는 걸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선수를 무조건 지키자는 게 아니다. 감독이 키우기로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상황이면, 그래도 올해까지는 기다려보자는 거다. 자기 포지션에서 전보다 나은 모습 보여주는 상황이면,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거다. 둘 다 안 되면 깔끔하게 접을 뿐이다.
전진우보다 앞서 내가 언급한 선수들이 포텐셜 폭발하고 팬들에게 사랑받거나 그리움의 대상이 될 거란 걸, 선수 비난에 앞장서는 이들은 알고 있었는가? 아니면 아직 그 선수들에 대해서도 못마땅한가?
나도 전진우 뭔가 아쉬울 때 직관에서든 집관에서든 "진우야!" 하고 소리치고 그 다음 말 덧붙인다. 하지만 좋은 모습 보이면 콜도 하는 거고, 다음 경기에서 어떤 모습 보여줄지 기다려보는 게 맞지. 내가 너무 무르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다 내다버리면 폐허만 남는다. 어디까지 남길지, 어디부터 버릴지는 치밀한 분석과 냉정한 판단에 따를 일이다.
현실은 치트키 쓰고 원하는 선수 막 데려올 수 있는, 선수 능력치 조정할 수 있는, 그런 풋볼매니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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