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사과문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ㅋㅋㅋ

어제 자기전에 한번 적었었는데, 말딸 점검하는김에 한번 더 쓰고 헬스장이나 가야겠음.

사과문에는 기본적으로 작성자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일어났고 내가 그 짓을 왜 했는지, 무엇을 잘못했으며 내가 어떻게 반성하고 있는지를 성실히 적어내야 함. 사과문이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구한다는 취지에 작성된다는걸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

1. 먼저, 사과문을 작성하는게 누구이며 이 사과문을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지부터 살펴봐야 됨. 폭행 당사자인 중학생 서울팬이 첫번째인건 당연하겠지? 이걸 넘어서, 초저녁 주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것에 대해, 떨어진 구단의 위신에 대해 수원팬들과 구단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해야 하지. 나같으면 언론에 공개됨으로 인해 리그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것에 대해 모든 리그팬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을것 같음.

작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가해자 자체는 해당 소모임에 있던 고등학생이 맞아. 근데, 얘가 혼자 걸어가다가 1:1로 붙은것도 아니고, 포트락 행사 진행하면서 소모임들끼리 모여있는 와중에 벌어진거잖아? 평소 소모임 교육이 개판으로 되었으니 이런 사건이 벌어진거고 사건 시점에서도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2차 책임은 해당 소모임에 있으니 마찬가지로 해당 소모임도 사죄문을 작성해야 함. 필요없는거 아니냐고 생각할텐데 교육받은 성인이라면 당연히 해야한다는걸 명심했으면 좋겠음. 기본 도리임

프렌테 트리콜로도 제대로 된 사과문을 올렸어야 함. 본인들의 준비로 이루어진 포트락 행사이니 관리감독 책임도 트리콜로에게 있음. 그리고 트리콜로 산하의 소모임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마찬가지로 평소 교육이 미비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야지. 얘네가 올린 글은 사과문이라기 보단 제3자의 입장에서 그냥 전해들었다 그정도로 밖에 안보이더라. 구단도 그런 입장을 취하면 욕먹을텐데 당사자인 트리콜로가 그런 자세를 보이면 안되지. 책임이 누구에게 주어지는지부터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다는것에서부터 이미 1차적으로 이 집단은 글러먹었음.

2. 해당 인스타 게시물에 대한 문제

프렌테 트리콜로 공식 계정의 해당 게시물을 보면 사진으론 평소 쓰던 트리콜로 로고를 박아두고 본 내용을 글 작성란에 기재하였음.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사과문은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게 게시해야 하는거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거나 적어도 겉멋이 들어가면 안됨. 저런 게시방식은 공지사항을 올릴때나 써먹는거지 누가 사과문을 올리는데 쓰던 이미지를 그대로 올려. 저럴때 모범적인 행동은 해당 단체의 최고 대표 사과문을 맨 앞에 박아두거나 최소한 "사과드립니다" 이런 이미지라도 새로 만들어서 올리는거임. 매 경기마다 그림 그려서 포스터 올리는건 잘하더만 이럴때 이미지 만드는건 귀찮거나 쪽팔렸나봐? 아님 본인들 일이 아니라고 꼬리자르는거던가.

자체 처분에 대해서 짧게만 집고 넘어가자면, 해당 인원을 즉시 배제했다는데 활동중단이 아니라 탈퇴를 시켰어야 하는게 맞음. 정치인들 범죄 드러날때 제명 안시키고 탈당권유만 하더라도 제식구 감싸기냐면서 욕하는게 사회인데 축구장이라고 다를게 있을까? 제명이 아닌 시점에서 보호하려는 의도가 보일 수 밖에 없음. 당연히 좋게 안보이지.

3. 작성자의 신원 부재

반성하고 있는 아들과 어머니 올림

어제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자필 사과문에 본인 단체와 실명을 적지 않는다는건 책임을 질 의사가 없다는걸로밖에 안보임. 축구장이라서 그나마 있을법한 일인거지, 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중학생을 폭행한 말도 안되는 범죄임. 이런 일에 자기 이름도 못거는 사과문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겠으며, 이번 사건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누구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저렇게 작성한거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반대임.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저런 말도 안되는 종이쪼가리가 나올 수 없음. 저런건 그냥 부모가 사과문이라도 쓰면 법정에서 감형받는다더라 이래서 작성한걸로밖에 안보임. 변호사가 첨삭해준다면 저런 형식이 나올리가 없음. 

반성을 하고있는지 판단하는건 피해자를 비롯한 당사자들임. 스스로를 반성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과문은 난생 처음본다 ㅋㅋㅋ

4. 상황 설명 부족

사과문에 있는 현장설명을 그대로 가져올게.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핑을 하자고 들어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지게 되었습니다.

사과문이라는건 사과를 받을 사람과, 판사와 같이 해당 사건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사람이 읽기 위해서 작성하는 글임. 그리고 이걸 인스타에 공식 계정으로 올릴것을 알았다면 해당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구체적으로 상황에 대해 서술할 필요가 있음. 세세하게 적는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의중을 최대한 제거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서술해야 함. 인터넷에 올라온 목격담들과 영상을 종합해서 제3자 보고 설명하라 해도 저것보단 길고 명확하게 나온다. 절대 한문장으로 끝낼 수 없는건데 최소한의 성의조차 안보이는 사과문인거지.

5. 상황 설명 내용에 대한 문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와중에 라는것은 '일이나 사건 따위가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라는 뜻임. 예를 들면 혼잡한 지하철에서 떨어트린 핸드폰을 주우려는데 동시에 옆에 있던 사람을 실수로 친 경우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음. 와중에를 썼다는건 은연중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불가항력으로 저지를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임. 이런 사과문에 반성의 기미가 보일까?

놓쳐 '넘어지게 되었습니다'

넘어지게 '되었다'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방이 거세게 저항해서 혼자 넘어진거다', 혹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상대방을 놓쳐서 그렇게 된거다' 이런 뜻으로 밖에 안보임. 해당 영상에서 과연 피해자가 넘어지게 된걸까? 너네가 억지로 멀쩡히 있는 중학생을 넘어뜨린거지. 그래놓고 사과문에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쟤가 넘어지더라 ㅎㅎ ㅈㅅ^^' 이러고 있으니 읽는 사람들 입장에선 얼마나 빡칠까. 넘어진 원인은 피해자에게 있는게 아님. 저런식으로 꾀를 부리는게 더 괘씸함

6.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과드립니다

어줍잖게 들은건 있어서 가져다 붙인거 같은데, 이유여하를 막론한다는건 귀책사유가 불분명하거나 도의적 책임을 질때나 쓰는 말이지. 지금 사건의 책임이 불분명한가? 쟤들이 선빵을 날려서 정당방위로 막다가 그럴때나 가능한 말을 여기에 쓰는 꼬라지가 가관임. 지금 저 말을 쓴 심리는 '일단 일이 커졌으니 사과는 해야겠는데, 평생 뭘 작성해 본적이 없으니 글감도 안나와서 대충 주워들은 말로 무마해야겠다' 밖에 안됨. 정말 죄송하다면 본인이 행동한 내용과 잘못의 이유를 전부 서술해야지. 

일단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음. 일어나서 다시 읽으니 태클걸게 더 많이 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