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이전 관련해서 긴 글 적어봅니다

빅버드 첫 개장부터 수원 축구를 봐왔고 레드와 연대해서 시위도 나가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연고이전 문제는 연맹 및 기업과 서포터즈 간의 대립구도가 맞아요.

축구에서 연고의식이라는 게 싹트기 전까지, 연맹과 기업,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는 자본주의와 시장 논리에 따라 연고지 정도는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고 안양LG치타스의 연고이전 사태 이전까지는 그게 당연했죠.

안양의 연고이전이 문제가 된 배경에는 PC통신의 발달로 인해 헤르메스와 그랑블루가 결성되고 이에 자극을 받아 레드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합니다.

그전에 없던 연고의식이 생긴 거거든요.

그래서 연고이전 문제는 사회에 대한 축구팬들의 저항에 대한 역사입니다.

가끔 북패 일부가 동대문에서 안양으로 연고이전할 때에는 왜 문제가 없었느냐 하는데 그건 연고복귀가 타당하다는 논리로 쓰이기보단, 그때는 연고의식이 자리잡지 못해 서울이 안양으로의 연고이전을 지키지도 못했고 시민들도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 정도까지는 연맹과 LG, GS를 욕하되 FC서울 팬들은 욕하지 말자는 의견이 상당했습니다.

점점 수호신에 대한 분노가 생긴 건 부천의 연고이전 시 다른 서포터즈들과 연대하지 않은 점, 박주영과 쌍용으로 인한 유입 팬들의 과거는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적반하장식 태도, 제주 서포터즈 풍백이 보여준 사과문과 대비되는 수호신의 대처, SK의 부천구단 창단지원과 대비되는 GS의 태도 등이었던 거 같네요.

사실 어떻게 보면 FC서울도 처음 당해보는 연고이전 사태로 인해 대응이 미흡했고, 제주는 FC서울을 반면교사 삼아 저자세로 잘 대응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북패에게 사과를 요구한대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안양도 부천도 구단이 다시 창설된 마당에 더이상 연고이전을 논리와 감정으로 대응하는 데엔 피로감이 상당해서 그냥 묻고 패륜이라고 놀리는 정도로만 넘어갔으면 한 게 제 의견입니다.

그리고 서로 사이가 안좋은 데에는 보통 둘 다 잘못이 있듯이 우리도 너무 과도하게 상대 서포터즈를 비방한 것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팬 커뮤니티에 너무 양비론적인 글을 써서 미안합니다.

근데 전 지난 20년을 미워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미워할 기력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