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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준 감독님의 첫 패배이기에

조회 수 485 3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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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구데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5월을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감독님과의 첫 대면을 기억합니다.

반데라와 배너를 묶고 자리잡느라 정신없던 트리콜로를 찾아와서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해주셨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만 저희 좀 살려주세요' 라는 팬들의 인사에 어쩔 줄 몰라하던 감독님께

'건강히 오래오래 뵈어요' 라고 인사를 드렸었던 부산역에서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즈음의 영상에 보면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하셨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 팬들의 응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요.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도 그 말에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종합운동장부터 상암까지 정말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향했던 우리의 드레스코드 블랙.

지키고자 했던 레전드였던 사람이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다며 어떻게든 벗기고 싶어했고

심지어 기자에게까지도 유튜브에서 단벌 패딩으로 조롱받던 그 검은 옷에 담았던 마음.

리그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보여주었던 우리의 마음이

비로소 감독님의 말을 통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던 영상이었어요.

 

최근 감사하게도 기회가 생겨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팬으로서의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처음으로 빅버드를 찾았던 날부터의 기억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작년 12월, 바로 그 경기가 끝나고 나서 콜리더님께 보냈던 메세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023년 하반기에 입문한 트리콜로라고 이야기하면서 늘 감사했다고 전하려다가

힘든 시즌에 입문해서 승리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며 되려 위로를 받았었어요.

그만큼 제게는 패배가 너무 당연했습니다. 

 

그랬던 제게 6월부터의 시간은 너무... 특별했어요. 

정말 지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축구를 잘! 할 때의 그 느낌을 처음으로 겪어보았습니다.

저보다 이 팀을 오래 응원하신 분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던 '우리가 돌아갈 원래 우리의 자리'가

아마도 이런 것이었겠구나, 싶어서 그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과 코치진 덕분에 당연했던 패배가 당연하지 않게 되었어요. 잊고 지냈거든요.

 

지난 일요일, 목동에서의 경기 중 하프타임에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언제든지 제 뒤에 비난이 날아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경기가 끝난 직후에 저 말이 갑자기 떠올라서 신경이 엄청 쓰였었어요.

그래서 80분대에는 너무 안 풀리는 경기에 간만에 응원하다가 맥이 빠지는 경험을 했었지만

종료 후 선수들과 함께 걸어오는 감독님과 코치진을 향해 다른 분들과 함께 큰 소리로 나사나수를 불렀습니다. 

 

하필 목동이고, 김도균이고, 카즈키라서 좀 아쉽긴 했지만

언젠가는 마주했을 첫 패배의 순간이라면 그들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제게

당연했던 패배를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주었고

당연했던 우리의 응원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준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예상대로 올라왔던 비하인드 영상에서 생각보다 담담한 감독님의 모습에 좀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저는 선수들 뒤에서 함께 인사하다가 끝내 못 참고 소리를 지르던 목동에서의 그 모습과

그리고 나서 팬들 앞에서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던 그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고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우리의 그 여정에

비로소 승리의 기쁨 뿐만 아니라 패배의 아쉬움이 더해지고

그런 순간에도 그라운드와 서포터석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생각하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이런 순간도 있어야 TV 채널마다 가득한,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만의 거리 위에서 이어나가는 우리들의 드라마가 이어질테니까요.

 

그 드라마의 2024 시즌 마지막 장면은

차가운 공기가 가득하지만 모두가 파란 옷을 입은 날에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코치님들,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

처음으로 만세삼창을 하고

처음으로 '카니발을 부탁해'를 들려주는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이는 그 장면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께서 그럴 거라고 말씀해주셨으니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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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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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그두글자를 24.08.28. 09:4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발 다같이 만세삼창 할수 있게
11/3 안산전에서 4점차 확정할수 있기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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