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펜 잡아본 후기 (feat. 혹여나 찾아보실지도 모르니 달아두는 주석)
모처럼만에 제대로 쉬는 추석 연휴를 승리로 시작하리라는 제 야심찬 계획이 단번에 어그러졌었지만,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어이없는 과정과 결과에 할 말을 잃었던 날이었지만
그보다 더 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감독님의 경기 후 인터뷰였어요.
저처럼 책임을 지겠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놀라셨을 동료분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하인드 영상에서 보였던 빨개진 것 같은 감독님의 코끝과 몇몇 선수들의 표정에
정말 그냥,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이상하게 연휴 내내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시간 맞춰가며 부산전과 성남전을 각각 예매하면서도
지금 뒤늦게 나면서 저를 괴롭히고 있는 사랑니의 통증마냥 며칠동안 계속 신경이 쓰이길래,
결국 목요일에 출근하자마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편지지를 채워보았습니다.
이렇게까지 길게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간만이고, 연휴 직후라서 손이 덜 풀렸다보니
작은 악필로(...) 감독님을 좀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머쓱해지긴 하지만요.
퇴근하자마자 우체국으로 달려가서 당일 출발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게 맞췄는데,
그러고 나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다른 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상대 차주분과도 보험 안 불러도 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하필이면 제 앞쪽 번호판이 떨어졌어요.
덕분에 인생 최초로 112에 전화도 해봤고, 지구대도 달려가서 사건 접수도 해봤고,
6시에 퇴근하신다는 차량등록소 근무자분들 앞에 5시 57분에 도착하며 가쁜 숨도 몰아쉬어봤습니다.
어제 애써 웃으면서 액땜했으니까 성남 원정에서는 잘 될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러고 나오면서 맥도 빠지고 다리에 힘도 풀렸었거든요.
이렇게까지 팬질을 해서 내가 무엇인가를 얻기는 커녕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는 할까 싶었고요.
하지만 이렇게 그에 대한 답을 넘치도록 받은 것 같아서
오늘 오후에 감독님께서 직접 인증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편지지에 담은 것 이상으로 모두의 마음은 감독님께, 그리고 선수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탄천과 다음 주의 미르에서 뵈어요 :)!!
+)
그리고 청백적의 석우구데라고 당당하게 써두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아보는 편지 내용 일부의 주석.
쓰면서 표현을 조금 바꾼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선 메모장에 적어두었던대로 옮겨봅니다 (...)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으로 시작되어 (감독님 취임 인터뷰 중: "나에겐 1%의 기적이 일어났다.") 서로를 믿으며 (30R 천안전 비하인드 영상, 11:57) 계속 이어나가는 '우리들'의 드라마(Against TV Football, "우리들의 드라마를 계속 이어나가자")니까요. 설령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변함없이 감독님을 믿고 있는 저를 포함한 트리콜로를 믿어주세요. (30R 천안전 비하인드 영상, 12:24 "감독님은 너네 믿고 있어")
우리들이 함께 한다면 불가능은 없으니까, 이 세상에 가장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높은 곳으로, "나아가자 이 세상에, 가장 높은 곳으로 / 우리들이 함께한다면 불가능은 없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차게 비가 내리는 그 날(10R 성남전, 11R 천안전 → 18R 성남전)마저도 더욱 단단해지며 성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두렵지 않아요. '수원'그 두 글자를 쉬지 않는 가슴속에 새기며, 수원의 열두번째로서 언제나 지키고 ("수원의 열두 번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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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쓰기손편지에 담아낸 수원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모두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뭉클하기도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