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염기훈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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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맨 앞에 서서 사과를 했던 선수다. 그는 최근 수년 간 팀 성적이 좋지 않고 팀이 경기에서 패할 때마다 믹스드존에서 십수 명의 기자들을 매번 마주했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여서 그날 경기 활약과 무관하게 매번 언론 앞에 섰고 매번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과했다. 염기훈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는 매번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언론 입장에서도 염기훈의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그가 수원삼성의 상징적인 선수니까 매번 그를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염기훈 뒤에 숨은(?) 이들을 보며 참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 대표나 단장, 프런트, 감독이 할 일을 염기훈이 했다. 염기훈은 늘 누군가의 방패였다.
그런 염기훈이 이제는 수원삼성 최악의 순간에 다시 전면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플레잉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벤치에 앉는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염기훈은 이 위기의 상황에서 플레잉 감독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 어려운 자리에 대해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는 염기훈이 이 상황에서 플레잉 감독직을 수락했다는 멋진 책임감이 아니라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이들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행복한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야 할 선수를 이렇게 전면에 내세워 수원삼성이 또 다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박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정리해야 할 염기훈이 벌써 감독이 돼 이 혼돈의 순간 모든 책임을 떠안을 생각을 하니 그가 참 안쓰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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