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규 셀틱 보내면 자칫하면 큰일나는 이유 (feat. 영국 취업비자)

형들 안녕 오늘도 숫자를 들고 얘기를 좀 해볼까 해.

액수와 리그를 떠나서 왜 현규가 지금 셀틱을 고려해선 안되는지 얘기를 좀 꺼내볼까 함.

영국 축구선수 취업비자의 이해, 그리고 스코틀랜드

일단 제일 큰 문제는 스코틀랜드도 영국이기 때문에, 스코틀린드 구단에 입단하려면 영국 취업비자를 받아야 함. 선수의 성적에 따라 여섯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매겨 15점이 넘으면 비자가 나오는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은 이 형이 정상빈 선수의 경우로 잘 설명하고 있으니 이 링크를 참조 바래: https://ddpforever.tistory.com/280

물론 15점이 넘지 않아도 비자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선수의 비자점수가 10-14점 사이일 경우 예외심사 위원회 (Exemptions Board)를 열어서 이 선수가 과연 영국 축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수인가를 판단해. 당시 국대 출장경기 비율이 좀 적었던 박지성이 이 루트+크루이프 찬스를 통해 맨유에 입단했어.

이렇게만 보면 셀틱이 뭔 재주로 이 개 빡센 기준을 무시하며 동아시아 선수들을 이렇게 사 모으나- 싶을텐데...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는 잉글랜드와 달리 예외심사 위원회를 열기 위해 필요한 최소점수가 협회 규정에서 빠져있어. 그래서 굳이 10점을 넘지 않아도 예외심사 위원회를 열고, 점수가 좀 딸려도 기량이 확실한 선수들에게 비자를 내주고 있어. 셀틱은 그 점을 십분 활용해서 열심히 좋은 동아시아 선수들을 싼값에 사 모으는 거지.

근데 왜 현규는 셀틱 잘못 가면 큰일난다고 하는거임?

나는 여기나, 수블미나 현규를 다른 리그라면 몰라도 스코틀랜드에 보내는건 몹시나 무책임한 일이고, 차라리 아시안컵 출전을 목표로 1년 더 하고 당당하게 나가는 게 맞다고 얘기하고 다녀.

그 이유인 즉슨, 일단 선수 기량만개 여부나, 선수의 대접을 떠나서 일단 셀틱으로 이적하는 거 자체가 장밋빛 비전만 그리기엔 너무나도 도박성이 짙은 일이기 때문임. 

좀 더 자세한 썰풀이를 위해 아래 내가 정리한 몇몇 일본 선수들과 현규의 비자점수 표를 봐보자:

선수는 대충 나무위키 긁어서 최근에 셀틱에 입단했는데, 국가대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골라서 정리했어. 근데 이와타 토모키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이쁘게 봐줘. 보면 일본국대에서 주전으로 뛴 이와타 토모키 외 나머지 두 선수의 비자점수가 4점으로, 현규와 동일한 점수를 가지고 있는걸 알 수 있어 (나도 솔직히 놀람). 

다만 하타테와 고바야시 두 선수의 경우, 아챔 경력이 있고, 또 리그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고,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차이가 있어. 하타테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리그 2연패를 했고, 고바야시는 비셀고베와 함께 2021년 3위를 기록했거든. 특히 고바야시는 현규와 비슷한 나이대에 82경기를 소화하기도 했고.

우리가 보는 현규의 실력이나, 잠재력은 확실해. 확실하니까 셀틱도 2.5m 유로를 베팅하는거고. 다만 이 두 선수들과 비교할때 현규는 위원회에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 즉 "이 선수가 어떻게 스코틀랜드에서 날아다닐 수 있겠느냐"는걸 어필하기 위한 깜이 부족해. 즉, 현규의 경우 예외심사 위원회로 들어가더라도, 비자가 나오느냐의 여부는 도박의 영역이라는 거임.

좀 속되게 비유하자면 외국 나가서 비자연장 신청하는데 서류미비인 상태로 일단 넣고 보는 모양새로 나간다는 이야기야.

특히나 올해 셀틱으로 이적한 고바야시 유키의 경우도 셀틱이 영입발표를 할 때 "국제 심사 통과 여부에 따라 (subject to international clearnace)"라 명시하며 좀 야릇하게 발표를 한 바 있어. 물론 비자가 잘 나와서 이제 선수등록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선수가 아챔 8강까지 진출하고, 비셀 고베란 좋은 팀에서 두시즌을 잘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예외심사 위원회에서 생각보다 고전을 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야.

(윗부분 정정: 취업허가가 아닌, 국제이적 절차라고 합니당 댓글참조)

현규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가 좋을까?

행여나 현규가 셀틱에 가서 비자를 잘 받고, 좋은 대접을 받으며 주전으로 뛰고 챔피언스/유로파 리그도 밟아보고 하면 아주 잘 된거지. 하지만 이적이 성사된 와중에 현규가 예외심사 위원회에서 비자 획득에 실패한다면 현규는 어떻게 되는걸까? 

K리그는 비자점수가 짜게 나오는 밴드 6 리그여서 (상빈이처럼) 상위 밴드 리그에 임대를 가야 하는데, 그럼 현규는 어디에서 뛰어야 하는걸까? 프리미어 리그도 아닌, 셀틱을 보고? 난 그게 선수 커리어를 위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유럽 변방리그를 떠돌다 폼이 확 죽어서 K2, K3로 돌아가는 수많은 유망주들을 생각하면 더더욱이나.

그래서 나는 현규 미래를 생각하면 250만 유로가 아니라 그 두배를 제시해도 셀틱은 안된다고 보는 입장이야. 현규 주변 형들이나 어른들도 이 부분을 잘 생각해서 선수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어. 어디를 가던 유럽이 정답이다! 바람만 잔뜩 넣지 말고.